이런저런이야기

안양천 산책 with 어머님

learning beagle 2020. 3. 25. 20:56

 현재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프로젝트 중 하나가 7천보 걷기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걷기는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고 여전히 내게 중요한 일과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태어날 때부터 살아온 성남의 온갖 동네가 다 내 걷기 장소였지만, 결혼 후 안양으로 신혼집을 마련한 후 낯설어서인지 어느 곳도 걷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가끔 동네를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 남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오늘은 '시어머님'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 cwehrmeier, 출처 Unsplash

 결혼 후 근처에 사시는 어머님과 점심을 함께 하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변의 시장 및 좋은 산책로 등 명소(?)를 배우곤 하였다. 걷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내게 주변의 산책로를 알려주시는 어머님의 가르침은 꽤나 감사한 일이었다.

어제의 약속대로 집 근처에서 만나 걷기를 시작하였고 이와 함께 대화도 이어져나갔다. 역시 서두는 어머님의 아들인 내 남편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어머님의 남편인 시아버님의 이야기, 현재 어머님과 함께 사시는 시할머니 등의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주제로 뻗어나간다.

 3월 막바지의 햇살은 얼마나 기분 좋은 것인지. #햇살 그리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안양천 길을 따라 걷는다. 때마침 점심시간과 겹쳐서 인근 공장 및 회사에서 점심시간의 여유를 즐기로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업무 복장의 사람들이지만 걷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안양천을 따라 걸으니 개나리꽃과 잡초 속의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랏빛 꽃이 보인다. 내가 아는 다른 꽃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나만큼이나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잘 걸으시는 어머님은 걸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다양한 주제가 있었지만 오늘의 주제는 어머님이 옛날에 사셨던 이야기이다. 털어내듯 시원하고 조금은 큰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도 호응하듯 공감의 표시를 내보이며 계속 걷는다. 내가 들어도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나름 빠른 속도로 걸으며 길 안내까지 자연스레 하신다. 동시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가시는 것을 보며 어머님도 나처럼 그간의 스트레스를 걷는 것으로 풀어오셨나 보다고 생각한다.

 

조명이 멋진 이층 카페

 

 #안양유원지에 도착하여 이층의 테라스가 멋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다. 어머님께 흑임자 커피, 그린 티 라테 등 을 권해보지만 이번에도 아메리카노에 시럽 또는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만든 커피를 고르셨다. 우리는 당근 케이크도 골라 주문한 후 이층에 올라가서 한 템포 쉬어간다. 꽤 많은 거리를 걸었지만 커피를 마시니 체력이 회복되어 다시 긴 대화를 한 후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오늘 걸으면서 어머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들은 개고기를 드시지 않으시고, 신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위가 발이라는 것. 나와 같다. 그 외에도 우리는 순댓국을 좋아하고, 어머님은 산속의 사찰을 나는 후원과 어우러져 있는 궁궐을 좋아한다. 이것도 비슷하다. 우리는 산책을 좋아한다. 결론적으로 어머님과 나는 꽤나 비슷한 점이 많다.

수다의 힘으로 만든 엄청난 기록

 19550걸음. 어머님과 헤어질 때쯤 확인해 본 기록은 엄청났다. 수다와 함께한 오늘의 산책은 여행을 가서 하루 종일 걸었던 기록과 비슷했다. 이만큼 걸을 동안 내 스트레스도 어머님의 스트레스도 기록만큼 사라졌겠지.

3월 예쁜 날 어머님과 함께 걸은 오늘이 기분 좋다.

종종 어머님께 안양의 새로운 산책 코스를 알려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