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프로젝트 중 하나가 7천보 걷기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걷기는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고 여전히 내게 중요한 일과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태어날 때부터 살아온 성남의 온갖 동네가 다 내 걷기 장소였지만, 결혼 후 안양으로 신혼집을 마련한 후 낯설어서인지 어느 곳도 걷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가끔 동네를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 남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오늘은 '시어머님'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결혼 후 근처에 사시는 어머님과 점심을 함께 하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변의 시장 및 좋은 산책로 등 명소(?)를 배우곤 하였다. 걷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내게 주변의 산책로를 알려주시는 어머님의 가르침은 꽤나 감사한 일이었다.
어제의 약속대로 집 근처에서 만나 걷기를 시작하였고 이와 함께 대화도 이어져나갔다. 역시 서두는 어머님의 아들인 내 남편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어머님의 남편인 시아버님의 이야기, 현재 어머님과 함께 사시는 시할머니 등의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주제로 뻗어나간다.
3월 막바지의 햇살은 얼마나 기분 좋은 것인지. #햇살 그리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안양천 길을 따라 걷는다. 때마침 점심시간과 겹쳐서 인근 공장 및 회사에서 점심시간의 여유를 즐기로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업무 복장의 사람들이지만 걷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안양천을 따라 걸으니 개나리꽃과 잡초 속의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랏빛 꽃이 보인다. 내가 아는 다른 꽃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나만큼이나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잘 걸으시는 어머님은 걸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다양한 주제가 있었지만 오늘의 주제는 어머님이 옛날에 사셨던 이야기이다. 털어내듯 시원하고 조금은 큰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도 호응하듯 공감의 표시를 내보이며 계속 걷는다. 내가 들어도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나름 빠른 속도로 걸으며 길 안내까지 자연스레 하신다. 동시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가시는 것을 보며 어머님도 나처럼 그간의 스트레스를 걷는 것으로 풀어오셨나 보다고 생각한다.
#안양유원지에 도착하여 이층의 테라스가 멋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다. 어머님께 흑임자 커피, 그린 티 라테 등 을 권해보지만 이번에도 아메리카노에 시럽 또는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만든 커피를 고르셨다. 우리는 당근 케이크도 골라 주문한 후 이층에 올라가서 한 템포 쉬어간다. 꽤 많은 거리를 걸었지만 커피를 마시니 체력이 회복되어 다시 긴 대화를 한 후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오늘 걸으면서 어머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들은 개고기를 드시지 않으시고, 신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위가 발이라는 것. 나와 같다. 그 외에도 우리는 순댓국을 좋아하고, 어머님은 산속의 사찰을 나는 후원과 어우러져 있는 궁궐을 좋아한다. 이것도 비슷하다. 우리는 산책을 좋아한다. 결론적으로 어머님과 나는 꽤나 비슷한 점이 많다.
19550걸음. 어머님과 헤어질 때쯤 확인해 본 기록은 엄청났다. 수다와 함께한 오늘의 산책은 여행을 가서 하루 종일 걸었던 기록과 비슷했다. 이만큼 걸을 동안 내 스트레스도 어머님의 스트레스도 기록만큼 사라졌겠지.
3월 예쁜 날 어머님과 함께 걸은 오늘이 기분 좋다.
종종 어머님께 안양의 새로운 산책 코스를 알려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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